도쿄에서 밴쿠버

도쿄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밴쿠버에 도착했다. 월요일 밤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월요일 오후다. 시차로 인해 하루를 얻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하루를 잃을 예정이다. 짐을 찾아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도심으로 이동했다. 햇살은 쏟아지는데 덥지 않다. 뜨거운 도쿄를 경험하고 와서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더욱 반가웠다.

아, 여기가 캐나다구나!

캐나다와의 첫 만남 보트가 가득한 밴쿠버 로스트라군

여행 목적지로 캐나다를 선택한 데에 큰 이유가 있던 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시원하고, 멀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곳. 여러 조합을 거쳐 가장 합리적인 비행기 표를 찾아냈고, 그래서 우린 도쿄에서의 무더운 하루를 지나 캐나다에 도착하게 됐다.

밴쿠버를 목적지로 찍었으나, 밴쿠버가 캐나다 어디 쯤에 위치하는지, 무엇이 유명한지, 어디를 가야하는지, 사전지식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모든 여행 계획은 여행이 가까워져야지 구체화된다. 그러나 이번엔 출발시간을 고작 열흘 남기고 비행기를 예매했기에, 빠르게 여행일정을 계획해야 했다. 절반은 밴쿠버에서, 그리고 절반은 로키산맥에서 보내자. 계획 끝!

밴쿠버에선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다. 집주인인 미셸은 Squid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키운다. 컴온 스퀴드, 라고 부르다가 이내 오징어야, 일로와 라고 바꿔 부르게 되었다.

밴쿠버 에어비앤비 숙소

고양이와 해먹이 있는 미셸의 집은, 캐나다하면 막연하게 그려봤던 주택의 모습과 크게 닮아있었다. 불규칙적으로 자리한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리쬔다. 여기에 가만히 앉아있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될 것 같다.

일부러 카메라에 많은 빛을 담아 사진 찍는 걸 즐긴다. 햇살이 강한 날이라면 더 그렇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이 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뿐만 아니라 그 날의 햇살이 어땠는지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스탠리 파크의 슬구

스탠리파크(stanley park)에서 자전거를 탔다. 한 바퀴는 대략 10km 정도. 중간에 계속 멈춰 풍경을 즐겼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 라이온스게이트 다리, 이름 모를 바위, 계속해서 나오는 해변, 로스트 라군, 그리고 우연히 너구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스탠리파크 라이온스게이트 다리 스탠리파크에 자전거를 주차했다 밴쿠버 스탠리파크에서 자신감 넘치는 슬구의 뒷모습

여행에서 즉흥성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스탠리파크에서 나와 도심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버스(sea bus) 정류장을 발견했고, 우리가 가진 일일패스 교통티켓으로 이용가능하단 사실이 생각났다. 그래서 무작정 시버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양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매우 여행자다운 일이고, 그 선택지에 배가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해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할 시점이라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백야다.

배에서 바라보는 밴쿠버의 전경

아, 여기가 캐나다구나!

여행 일정이 촘촘하지 않았다. 더 오래 밴쿠버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근교를 다녀올 테지만, 그럴 수 없다면 가까운 곳을 가야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이 없었고. 그 일정을 메워준 건 에어비앤비 집주인 미셸이었다. 현지인 찬스다. 카필라노 캐년이 유명하지만, 그 옆에 있는 린 캐년은 입장료도 무료고 사람도 더 적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사람의 손길은 최소한으로만 닿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노점상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돼서 좋다.

도심에서 꽤나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덕유산 같은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비자림 같은 수풀이 나오고 거길 지나면 가평 같은 계곡이 나온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작게 음악을 틀어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자면, 장소야 어디든 가장 중요한 건 여행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머나먼 곳이기에 더욱 그러한 생각이 오롯이 다가올 뿐인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 실수로 물에 빠져보기도 했다. 캐나다의 협곡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며 평화로운 풍경의 일부가 되어갔다. 햇살이 쏟아진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시간이 조금 더 느리게 흘러가기를 바랐다.캐나다의 협곡 자연이 아름다운 밴쿠버 don't cliff jump 안내판 자연인 월리의 뒷모습 밴쿠버의 아름다운 협곡

그대로 숙소를 향하기엔 아쉬워, 구글 지도를 살펴보다가 로컬 펍에 들르기로 했다. 그리고 그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로컬 분위기 가득한 곳에서 한 잔만 마시자던 계획은 쉬이 무너져 내렸고, 기념품으로 맥주잔까지 사왔다.

밴쿠버 로컬 펍 브릿지 브루잉 브릿지 브루잉의 맥주 샘플러

그리고 다음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싸들고 나가야 한다. 이번엔 로키산맥으로 향한다.

다음 글 : [캐나다 여행] 우린 로키산맥으로 향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