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오지노라, 오지게 돌아다니다 – #1 대도시(大都市)

旅行의 背景

나의 취미는 에어비앤비에 들어가 전세계의 숙소들을 구경하는것이다.

날짜를 입력하고 ‘가능한 숙소’ 목록을 살피면서 그 곳에서의 생활을 상상해보는 – 예를들어,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눈을 떠 ‘오늘은 어디에 가볼까’ 생각하며 베이컨과 달걀을 구워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다든지 (요리 전혀 안함), 낮에는 근처의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에 들어가 온더락 한 잔과 선율에 취한다든지 (술에 취할것이 뻔함) – 간단히 말해 멋진 곳에서 멋지게 살고싶은 욕망을 변태처럼 남의 집이나 들여다보면서 (세상 가장 소심한 방법으로) 표출하는것이다.. 문장이 변태구만.

뭐 여지껏 딱히 실행에 옮겨본적은 없었는데 마침 한 달 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투어일정을 검색해보다가 (가끔씩 생각나면 혹시 한국에 오지는 않나 찾아본다) 도쿄에서 전국투어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찬스는 기회다!” 를 외치며 17일간 4회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여행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목적은 콘서트, 오로지 콘서트였기때문에 항공편, 숙소, 티켓 예매, 짐싸기 외에는 별다른 사전작업이 (필요 없었다기보다는) 실행되지 않았다. 인생의 모토가 “되는대로 막 살자, 인생은 즉흥연주다.”, 가장 싫어하는 게 계획세우기,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돈은 2006년 여름 택시에 두고내린 오만원, 맛집가서 줄서서 밥사먹는 돈 – 인 돌멩이라이프를 사는 오지노라의 1인여행은 그렇게 별 고민없이 시작되었다.


大都市

올봄에 서울을 오랜만에 다녀오고 나서 ‘아, 나는 도시와 맞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오만한 오지노라는 첫날, 숙소를 찾아가던 시부야의 고가도로에서 ‘아, 예쁘다- 역시 도시가 짱이야. 여기에서 살고 싶어’라고 고쳐 생각했다.

고가도로

도쿄의 고가도로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고가도로란 메갈로폴리스의 상징이다. 밤의 고가도로는 더욱 더. 도로를 지탱하는 그 우람한 콘크리트 기둥들과 그 사이를 달리는 차들, 멀리보이는 고층 건물들과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을 보면 이 위를 지나갔을 수 만의 삶들이 자동차 라이트처럼 반짝이며 얽혀 내 머리위에 금사처럼 덮여있는 것 같은 환상을 나는 본다.

그리고 그 아래 서 있는 불빛 없고 조그만 나는 그 수많은 삶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ㅇ ㅣ . 방 . 인 .™ (셀카) …. 이 아니라 그렇게 환상을 보다가 떠오르는, 도로마저 위로 쌓아 올리지 않으면 넘쳐흘러 버릴 대도시의 그 부피, 규모, 수요에 압도되는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남은 것

도쿄 자유여행 중 만난 도로 표지판5월 중순의 도쿄는 화창하고 해가 뜨거웠다. 혹시나 해서 얇은 점퍼를 가져갔었는데 비오는 날이나 조금 쌀쌀한 밤에 손꼽을 정도로 입었다. 그리고 나무와 꽃이 내가 사는곳이랑 조금 다르고, 길거리가 얌전했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대부분 친절했으며 아침이 조금 더 빨리오는 느낌이었다.

도로 표지판의 그림이 달라 귀엽게 보였고 ‘정지’라는 글이 히라가나로 바닥에 적혀있는것이 신기했다. ‘멈춤’이라고 쓰여있는것과 비슷하려나? 좁고 높은 건물이 많은것이 눈길을 끌었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막연히 건물 모양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서야 알아챈 점은 소방계단이 잘 되어있어 그렇게 보였다는 것. 꼼꼼하다거나 오래된 것을 고쳐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거나 서로다른 재질이나 무늬, 색 등을 알맞게 배치하는 것에 능숙하다는 인상을 주는 거리와 가게, 사람들의 옷차림 등이 매력적이었다.

남을 것들은 남는다. 이름이 있든, 없든. 뭐라 이름붙여지지 못한 것들은 눈꺼풀 아래 아득한 연기처럼 남는다. 굳이 남기고 싶지 않아도 남아버리는 것도, 아쉬워서 이제는 좀 잊혀졌으면- 하는것도 지워버릴수가 없어서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워 표지를 덮고 손바닥을 툭툭 턴다. 그래도 무언가 남아 있으면 배는 덜 고프다.

영어의 편리함

도쿄의 영어 메뉴판식당이나 편의점등 무언가를 소비하려 들어간 곳에서는 거의 일본어를 쓰지 않았다. 언어에 능숙하지 못한것도 있지만 외국인임을 확실하게 알리는 편이 의사소통에 편리하기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갈 즈음, 롯본기의 모리타워 입장권을 사면서 괜히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해보았다가 몇 번이나 되물어서 오히려 매표소 직원에게만 미안한 상황을 만든적도 있었다. 그 후로는 확실히 정했다, 어딜가나 항상 영어를 쓰기로.

만약 외딴 시골에 여행을 갔다면 조금 더 노력해야했겠지만 다행히 도시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래서 도시 짱짱! 몰라몰라!

지하철

도쿄 자유 여행자의 교통수단 지하철교통카드를 살까- 싶었을때는 이미 표 파는 기계에 익숙해진 후였다. 그리고 중간에 노선이 바뀌는 열차가 있다는것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랐을때였고. 빠르고 쾌적하지만 어떤 부분은 굳이 사람손을 타도록 남겨져있었다. 익숙해지는건 꼭 나쁜것만은 아닌걸까, 열차의 문이 닫히기전에 승강장을 확인하고 수신호를 보내는 역무원의 흰 장갑을 보며 생각했다.

지하철은 가끔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사람들이 뿜어낸 숨으로 가득차 무거워지기도 한다. 어떨때는 울컥울컥 콩나물들을 토해내놓고는 시간에 쫓겨 기다리던 이들을 모른체하고 떠나버릴때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한 정거장에서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제 뒤에 열차들이 탬버린 자루처럼 매달려있는데 제일 첫 번째 차는 불 없는 까만 선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역시 무서운걸까?

열차의 문이 닫히고 위잉-소리가 나며 몸이 옆으로 쏠리기 전 까지의 정적이 좋다. 움직이는 열차 안은 마치 문 밖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같다. 지하철을 타면서 이렇게 낭만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것도 모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몇 시에, 어디까지 가야한다고 하면 나는 아마 아무 생각도 못하고 초조해 했을테다. 예정대로 되지 않고 무슨 일이 갑자기 생겨버릴까봐,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봐.

Published by 오지노라상

허비는 행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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